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오늘 6.25 제76주년을 맞아 우리 시민사회는 남북 당국이 정전협정을 국제보장형 종전·상호불가침 평화체제로 전환하자고 서로 합의하는 것이 절박하고도 절실한 상생과제라는 공동입장을 밝힙니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등 행정부와 국회가 정부차원에서 평화통일 관련 헌법 규정과 법제 등을 정비할 것 등을 숙고하는 국민공론 마당을 연내 설치하고 가동하는 것이 협상개시 제안의 진정성을 담보하고, 대화 재개와 협상 체결 등에 필수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성공가능성을 드높일 것이라는 공동입장을 천명합니다.
6.25전쟁이 멈춘 지 76년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종전(終戰)은 없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끝낸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상태에서 살아왔습니다. 그 사이 미·중 경쟁은 거세지고, 북·러 밀착은 강화되며, 북핵은 고도화되고, 남북관계는 대화보다 적대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리하여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이 격돌하는 앞마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묻습니다. 언제까지 정전협정이라는 낡은 안전판에 국민의 생명을 맡겨둘 것입니까? 언제까지 평화통일을 말하면서 전쟁을 끝내는 제도는 만들지 않을 것입니까?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가 아니라 강대국 협상의 구경꾼으로 남아야 합니까?
보수에게 묻습니다. 전쟁을 막지 못하는 안보가 진짜 안보입니까? 진보에게 묻습니다. 현실을 말하지 못하는 평화가 진짜 평화입니까? 정치권에 묻습니다.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를 언제까지 색깔론과 진영논리의 인질로 잡아 둘 것입니까?
우리가 먼저 답하겠습니다.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사명과 핵 없는 세상이라는 인류이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북핵 고도화와 군사적 위협도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평화는 안보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실제로 지키는 보다 더 현실적인 안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두 나라로 영구히 갈라서자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코리아(One Korea) 공동체’라는 이상을 지키고자 남북 사이에 전쟁을 막는 장치를 먼저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통일을 지우는 단절의 언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것은, 장기간 지속된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대남 주도권을 확보하고 내부 체제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역설적인 고육책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먼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 노선으로 채택한 지금, 우리는 정반대편에서 전쟁을 막고 신뢰를 쌓아 장기적 평화통일의 조건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접경지역 주민도, 탈북민도, 북한 주민도 우리와 무관한 외국인이 아닙니다. 분단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 같은 역사공동체의 구성원입니다.
주권자로서 우리는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평화적 책임을 결코 내려놓지 않으면서 현실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정부를 가진 현실적 정치 주체로 존재해 왔고, 1991년 유엔 동시가입으로 그 현실을 국제사회도 인정했습니다. 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분단을 영구화하자는 뜻도, 북한을 따라가자는 뜻도 아닙니다. 역대 정부는 남북을 ‘특수 관계’, 즉 국제법적으로는 두 실체이나 헌법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관계로 다루어, 상대를 대화 당사자로 인정하되 외국으로 만들지 않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의 ‘특수 관계’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긴 안목과 호흡으로 오늘날 고착화된 장기적대상황을 넘어설 종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 및 각종 선제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주권자 시민들은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북 당국에 정전협정을 종전·상호불가침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해야 합니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끝낸 문서가 아니라 멈춰 세운 임시장치입니다. 평화체제가 곧바로 북핵 폐기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북핵은 냉정하고 단계적이며 검증 가능한 협상으로 풀어야 할 엄중한 현실입니다. 종전·상호불가침과 핵 동결·감축·검증·폐기를 상호주의, 곧 행동 대 행동의 상응 원칙에 따라 여러 트랙으로 병행하거나 우선 종전·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등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때 영세중립화 등 항구적 평화체제는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 억지력과 남북 상호불가침, 단계적 신뢰구축, 주변국의 국제보장이 결합된 국제보장형 안전장치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남북합의로 전쟁을 막는 것보다 더 확실한 안보는 없습니다. 종전은 양보가 아니라 국익입니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 등 행정부와 국회가 남북현실 등에 기초하여 평화통일 관련 헌법 조항과 법·제도 등을 정비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토론하고 숙의할 정부차원 공론마당을 올해 안에 열어야 합니다.
평화통일 관련 헌법 전문(前文) 일부 표현과 제3조와 제4조 등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미래를 담은 중대한 규범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우리는 헌법을 파괴하자는 것도, 정통성을 포기하자는 것도, 접경지역 주민·탈북민·북한 주민에 대한 보호책임을 약화시키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오늘의 남북 현실과 국제법적 조건, 평화통일의 길을 함께 담아낼 더 정교한 헌법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습니다. 개정 필요성 여부와 문안, 남북 공식 호칭 문제, ‘특수관계론’의 발전 방향은 권력자가 밀실과 같은 제한된 논의구조에서 소수가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보수와 진보, 청년과 기성세대, 접경지역 주민, 국내외 헌법·국제법·안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숙의해야 할 국가적 의제입니다.
셋째, 정부차원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도 내년 초 시민사회가 예비적 공론마당을 직접 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등 행정부와 국회가 올해 안에 공식 공론마당을 열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 그리고 평화통일과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개헌안을 담은 숙의자료 등을 준비하겠습니다. 늦어도 내년 초 또는 그 보다 빠른 적절한 시기에 이들 숙의자료는 물론 소요경비 마련방안 등도 함께 공개한 뒤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을 국민과 함께 모색하는 독립적 숙의공론 마당을 열고, 가장 좋은 의견을 제안하신 분에게는 적절한 상금도 지급하겠습니다.
이것은 시민사회가 권력을 대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인기투표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전문가 검증과 시민 숙의가 함께 가는 민주적 절차로서 시민의회와 풀뿌리 원탁회의 및 국민서명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가 제안한 세 가지 과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비난과 논쟁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도와 흑색선전이 두려워 진실을 피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미래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평화통일은 구호가 아니라 책임입니다. 종전은 양보가 아니라 국익입니다. 현실 직시는 분단의 영구화가 아니라 전쟁을 막는 첫걸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전의 불안 속에 살 것인가,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제도를 만들 것인가 등을 치열하게 따져보는 범국민적 ‘숙의공론 마당’을 준비해야 합니다. 말로만 평화를 외칠 것인가, 실제로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 것인가? 국민과 언론의 진지한 응답을 요청합니다.
2026년 6월 25일
제76주년 6.25를 맞이하는 27개 시민사회단체 및 주권자 시민 일동
첨부 <한반도 자주평화 관련 공동입장과 특별제안 발표, 27개 시민사회단체 목록>
(가나다순)
o 개헌개혁행동마당(상임의장 송운학)
o 개혁연대민생행동(공동대표 김석용 외)
o 고백고통일연구소(소장 박철연)
o 공익감시 민권회의(의장 송운학)
o 국민연대(상임대표 이근철)
o 국민주권개헌행동(공동대표 김선홍 외)
o 대전고 민주동문회(회장 송운학)
o 민족작가연합(공동대표 심종숙 외)
o 민청학련동지회(공동대표 임상우 외)
o 사)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이장희)
o 사)DMZ평화네트워크(이사장 류종열)
o 사)민주시민 교육의 전당 시민과 미래(이사장 강현만)
o 사)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대표 이장희)
o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이사장 김영주)
o 시민의회 전국포럼(상임대표 김상준)
o 유라시아평화통합연구원(이사장 유경석)
o 유림상생평화연대(회장 오병두)
o 접경지역평화 지대화(地帶化) 시민연대(준) (상임공동대표 김장석 외)
o 중추사(공식명칭, 한반도중립화를 추진하는 사람들, 상임대표 이현배)
o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공동대표 임양길 외)
o 친일청산 국민운동(대표 이전오)
o 투기자본감시센터(공동대표 윤영대 외)
o 한국중립화추진 시민연대(상임대표 강종일, 공동대표 양재섭 외)
o 한반도중립화 통일협의회(회장 강종일)
o 한우리 글로벌 문화교육원(원장 김상희)
o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중앙회장 김선홍)
o 흥사단(이사장 김전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