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일심선원 진성 스님 ‘한 해의 절반에서 만난 ‘마음 쉼표’

-지친 상반기, 성장의 강박을 내려놓고 내면의 ‘일심(一心)’을 마주할 때

-법당 담장 넘어 지역사회 속으로... ‘치유의 푸른 그늘’이 된 일심선원의 행보


◇쉼 없이 달려온 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춤’이다

끝없는 경쟁과 갈등, 그리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의 정신적 피로감은 늘 임계점에 달해 있다. 특히 한 해의 절반을 지나는 6월은 연초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동시에,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증, 이른바 번아웃(Burnout)이 동시에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이 계절, 경기도 파주의 조용한 들판 끝에 자리한 일심선원(一心禪院)을 찾았다.


초여름의 푸른 기운이 도량 가득 싱그럽게 피어난 가운데, 주지 진성 스님은 온화하고 깊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길목에서 진성 스님이 건넨 첫마디는, 속도와 성과에 매몰되어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꿰뚫고 있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한순간도 멈추지 말고 달릴 것을 요구한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등을 떠밀지만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결국 영혼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한 해의 중심에 선 6월이야말로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지친 내면을 어루만져야 할 때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외부의 무언가를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분주했던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는 ‘마음의 쉼표’다”


◇모든 분별을 허무는 원효의 ‘일심(一心)’, 그 대자유의 지혜

진성 스님은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마음의 병이 대부분 ‘결핍의 착각’과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만 켜면 나보다 앞서가는 듯한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이 가득하고, 직장과 사회에서는 늘 평가받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옳은 것과 그른 것, 우월함과 열등함이라는 ‘분별(分別)’ 속에 갇혀 방황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 혼란을 극복할 열쇠로 한국 불교의 정수인 원효 스님의 ‘일심사상(一心思想)’을 제시한다.


“원효 스님께서 일찍이 설파하신 ‘일심(一心)’은 너와 나, 옳고 그름, 좋고 싫음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오직 한마음’이자 우리 모두가 본래 지니고 있는 청정한 본성을 뜻한다. 우리는 늘 내 안이 비어있다고 착각하며 외부의 조건을 채우려 하지만, 일심의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이미 그 자체로 온전하고 부족함이 없는 존재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나와 남이 결국 둘이 아니라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진리가 바로 일심에 담겨 있다”


스님이 강조하는 일심사상은 결코 복잡하거나 거창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다. 6월의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바람 한 줄기를 느끼듯, 지극히 일상적이고 실천적인 영역에 맞닿아 있다.


“거창한 수행을 떠올릴 필요가 없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 오롯이 자신의 숨소리에만 집중해 보길 권한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집중할 때, 나를 괴롭히던 세상의 소음과 분별심은 사라지고 내 안의 깊은 호수, 즉 ‘일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워내야 비로소 새로운 지혜와 에너지를 채울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 내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미 완성된 귀한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일심의 시작이다”


◇담장을 허문 자비, 삶의 한복판에서 피어나는 상생의 가치

진성 스님의 가르침이 현대인들에게 유독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의 수행이 법당 안의 말에만 머물지 않고 사찰의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적극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스님은 “수행의 완성은 이웃을 향한 자비”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심선원을 지역사회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열린 안식처’로 일구어왔다.


“사찰이 담장을 넘어 마을로 들어갈 때 비로소 가르침이 완성된다. 나 혼자만의 평화는 반쪽짜리 평화일 뿐 나의 평화가 이웃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의 문이 열린다.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평등의 마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바로 일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초여름의 푸른 그늘처럼, 언제든 찾아와 기댈 수 있는 ‘치유의 숲’

초여름의 청량한 푸르름이 깊어가는 일심선원의 도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치유의 숲’이다. 진성 스님은 도량 앞마당의 울창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더위와 일상에 지친 이들을 향해 언제든 선원의 문을 두드리라며 따뜻한 약속을 건넸다.


“계절이 순환하듯 우리의 마음에도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푸른 여름이 찾아온다. 일심선원은 삶의 한복판에서 잠시 방향을 잃은 분들이 스스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돌볼 수 있는 ‘마음 충전소’가 되고자 한다. 문턱을 낮추고 기다릴 테니, 고단한 일상 속 언제라도 찾아와 영혼의 온기를 채워가길 바란다”


끝없는 속도전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성 스님이 정성껏 일궈가는 이 치유의 공간은 6월의 강렬한 태양을 가려주는 시원한 나무 그늘과도 같다. 잃어버린 본래의 맑은 성품을 되찾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 희망의 이정표, 그것이 바로 파주 일심선원과 진성 스님이 사회를 향해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일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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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09 16:14 수정 2026.06.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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