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상처까지 보듬는다…국립정신건강센터, 재난 트라우마 치유주간 본격 가동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심리지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집중 운영

기후변화와 재난이 남긴 불안, 전문가 교육과 국민 체험으로 회복의 해법 모색

심포지엄부터 인지처리치료 워크숍까지…재난 정신건강 대응체계 점검

‘2026 트라우마 치유주간’ 포스터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일상의 불안으로 스며드는 시대다.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과 같은 재난이 반복되면서 신체 피해를 넘어 마음의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재난 이후 심리적 충격과 불안을 다루는 공론장을 다시 연다. 센터는 2026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2026 트라우마 치유주간’을 열고 기후위기와 재난이 남긴 심리적 상처를 조명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낯선 계절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상’을 표어로 내걸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증폭되는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더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단순한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교육, 현장 체험을 한 흐름으로 묶어 재난 심리지원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행사 첫날인 4월 20일에는 재난 트라우마 심리지원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는 유공 표창 수여식이 열린다.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은 모두 15점이 수여된다. 이어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심포지엄은 ‘기후위기 시대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국내외 대응 사례, 앞으로의 과제가 폭넓게 다뤄진다. 기후위기를 환경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 정신건강 차원의 과제로 확장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월 21일과 22일에는 정신건강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인지처리치료 워크숍이 이어진다. 인지처리치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해 개발된 근거 기반 심리치료 기법으로, 외상 경험 이후 굳어진 비합리적 신념을 다루며 증상 완화를 돕는 구조화된 접근법이다. 재난 심리지원 유관기관 종사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보다 정교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복 재난이 일상화하는 상황에서 전문인력 교육은 현장 대응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비중이 작지 않다.

 

4월 23일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별 트라우마센터가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연다. 이 회의에서는 재난 발생 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리지원이 가능하도록 주요 사업을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점검한다. 재난 대응은 한 기관만의 역량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중앙과 권역 거점이 같은 기준과 방향을 공유해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지원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간담회는 그런 점에서 현장형 협업 구조를 다지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찾아가는 마음 안심버스 체험’이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재난 상황에서 제공되는 마음건강평가, 상담, 안정화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국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재난 심리지원이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체감하게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방과 회복은 전문가만의 언어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 이해와 연결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직무대리는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 심리지원은 회복에 필수적인 개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후위기와 기후변화가 이미 현실이 된 만큼 더 많은 국민이 재난 상황에 놓일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치유주간이 국민과 함께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는 재난 대응의 기준이 물리적 복구를 넘어 정서적 회복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인식을 다시 확인한 대목이다.

 

이번 치유주간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불안과 트라우마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실무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그런 만큼 심리적 후유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 체계로 연결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공공 대응의 필수 영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이번 행사를 통해 던진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재난의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회복 역시 사회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와 재난이 초래하는 정신건강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민 체험 프로그램과 전문인력 교육을 병행해 재난 심리지원 체계를 한층 촘촘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심포지엄은 사회적 인식을 넓히고, 인지처리치료 워크숍은 실무 대응 능력을 높이며, 마음 안심버스 체험은 재난 심리지원 서비스에 대한 시민 이해를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은 구조와 복구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상처 입은 마음을 돌보는 일까지 포함될 때 비로소 회복은 완성된다. ‘2026 트라우마 치유주간’은 그 사실을 다시 환기하는 자리이자, 국가와 지역,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재난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실천적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소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962년 개원한 이래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 및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정신건강사업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태원 사고 등 범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심리지원 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정신건강 회복을 선도하는 정신건강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외에도 최근 대두된 정신건강의 사회·경제적 문제로 정부는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고, 정부 정책에 따라 검증된 정신건강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 구축, 진료 시스템 체계화, 정신건강인식개선 사업을 수행하는 등 항상 국민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

작성 2026.04.20 21:12 수정 2026.04.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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