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부의장의 ‘사회 거부’, 정치적 투쟁인가 헌법상 직무유기인가

단순 파행 넘어선 헌정 논란… ‘정치적 자율권’ vs ‘헌법기관의 책무’ 충돌

백주선 변호사 “국민 주권의 실질적 침해… 수임(受任) 기관의 의무 위반 명백”

형사 처벌보다 ‘헌법적 확인’이 본질

국회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본회의 사회권 인수를 거부한 사태가 단순한 여야 간 기싸움을 넘어 법적·헌법적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입법부의 한 축인 국회부의장이 의장 대행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행위가 ‘정치적 의사표시’의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헌법기관의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형법상 처벌 가능성을 넘어, 국회라는 헌법기관이 스스로 작동을 멈춤으로써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 초유의 ‘헌정 질서’ 문제로 평가하고 있다.

 

주호영, '필버 사회' 우원식 요청 거부‥"與 악법 입법에 협조 못 해"

사진 : 주호영 부의장 사회거부 관련

 

‘선택’ 아닌 ‘의무’… 국회부의장의 헌법상 지위

논란의 핵심은 국회부의장의 사회권이 재량에 따른 ‘권리’인가, 필수적인 ‘의무’인가에 있다. 헌법 제48조와 국회법에 근거를 둔 국회부의장은 단순한 교섭단체 대표자가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의 지위를 갖는다.

국회법 제20조는 “부의장은 의장을 보좌하며, 의장 유고 시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규정한다. 무제한토론과 같이 물리적으로 장시간 본회의가 이어질 경우, 의장단의 교대 사회는 국회 운영의 관행을 넘어 의사 진행을 위한 ‘필수적 작위 의무’로 해석된다. 즉, 법안에 대한 찬반 입장과 무관하게 회의 진행 자체는 중립적으로 수행해야 할 헌법상 책무라는 것이 중론이다.

 

법무법인 대율 백주선 대표변호사 “단순 직무 태만 아닌 국민 기본권 침해… 헌법적 통제 대상”

이번 사안의 법리적 쟁점에 대해 백주선 변호사(법무법인 대율)는 국회부의장의 사회 거부가 헌법상 ‘공권력의 불행사(부작위)’에 해당하며, 이는 곧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백 변호사는 먼저 국회부의장의 지위를 민법상 위임 법리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 특히 의장단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수임(受任) 기관’”이라며 “수임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임의 본질적 내용인 ‘의사 진행 및 입법 활동’을 거부하는 것은, 위임인인 국민의 의사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진: 백주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구체적으로 백 변호사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헌법적 책임을 강조했다.

1. 대의제 원리와 국민대표권의 침해 (헌법 제41조) 백 변호사는 “헌법 제41조가 규정한 국회의 구성 원리는 단순히 의원을 선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출된 의원이 정상적인 입법 활동을 수행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단의 일원인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여 국회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는 개별 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한 투표권(선거권)의 실질적 효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법리적으로 해석했다. 즉, 국민의 참정권은 ‘대표를 뽑을 권리’뿐만 아니라 ‘그 대표가 기능할 권리’까지 포함하므로, 사회 거부는 국민 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논리다.

2. 헌법상 작위 의무 위반과 직무유기 또한 형법상 논의와 별개로 헌법적 차원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그는 “의장의 건강 이상이라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고(유고에 준하는 상태)가 발생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사회를 거부한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한 공권력의 불행사”라고 꼬집었다.

 

형사 처벌보다 ‘헌법적 확인’이 본질

물론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사법부가 입법부 내부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자제’의 원칙상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사 처벌 여부를 떠나,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러한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받는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헌법소원 등을 통해 국회 의장단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회의 진행 의무를 멈출 수 없다는 헌법적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정 질서의 문제

현실적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청구인 적격은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은 국회의원이나 대표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될 수 있다. 헌재가 통상 국회 자율권을 존중해왔으나, 의장 부재와 장시간 국회 마비라는 특수성이 결합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논란은 주호영 부의장 개인의 선택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사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법기관의 책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헌법적 해답 없이는, 국회 운영의 파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작성 2025.12.25 12:25 수정 2025.12.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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