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샤카스바비큐 인문학 – 불의 미래, 밀화(密火)의 시대는 오지 않아야 한다

 불의 기억, 그리고 미래 : 밀화(密火)의 시대는 오지 않기를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인류 문명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불. 이 뜨겁고 찬란한 존재는 단지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와 문화를 형성한 거대한 힘이었으니까 말이다. 태초의 인류가 불을 사용한 순간부터, 우리는 어둠을 밝히고, 추위를 막고, 그리고 무엇보다 날것의 식량을 ‘요리’하며 비로소 동물과 공유하던 생태계에서 갈라서며 독보적 영장류로 진화하는 ‘인간’이 되었다. 불은 단순히 음식을 익히는 도구를 넘어 우리 DNA 속에 깊숙이 새겨진 인간 정체성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이 불의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기후변화라는, 인류 스스로 초래한 거대한 재앙 앞에 선 최후의 굴복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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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화(密火)의 시대: 미식 본능의 역습

 

 기후 위기가 극한에 달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에 법적 제재가 가해지고, 결국 요리에 필수적이었던 ‘직접 불’마저 사용이 금지되는 미래를 맞았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태양열과 전기로 조리된 음식으로 영양을 채워 인간존재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지언정, 직접 불이 선사하는 그 특별한 감동과 풍미는 영원히 잊어야 한다.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그 비극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금주령 시대에 밀주시장이 그랬듯, 금화(禁火)시대에 ‘밀화시장’이 발달할 것이라는 냉소적이고도 날카로운 전망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밀화시장이란 것이 정말 끔찍하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우리의 눈과 코, 혀, 또, 우리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 불로 조리된 음식의 맛과 향에 길들여 지고 DNA 깊숙한 곳에 새겨 전해졌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깊고 복합적인 풍미와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면서도 스모키한 매력을 더하는 그 특별한 불맛은, 어떠한 첨단 기술로도 완벽하게 재현하기 어렵다. 그 불에 대한 본능적 갈구는 법 그 이전의 감정이다. 

 

 직접 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열로 음식은 충분히 요리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지만 불이 주는 절대적 위안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갈망(craving)'과 '집착(obsession)', '불안정(dysphoria)'과 '예민함(irritability)'은 새로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결국 직접 불에 대한 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밀화시장(密火市場)은 이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암암리에 형성될 것이다. 단속을 피해 지하에서, 은밀하게,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사람들. 한때는 미식의 정점이었던 바비큐가 사회의 가장 위험한 일탈 행위가 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변할까? 

 

 밀주시장이 암흑가와 결합했듯, 밀화시장 역시 새로운 종류의 지하경제와 범죄를 낳고, 윤리적 기준마저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감동과 풍미를 쫓는 행위가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 불과 인간성

 

 그렇다면, 이 비극적인 미래를 막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직접 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직접불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정도로 생각을 정리해 보면, 하나는 ‘의식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의 책임’이다.

 

 첫째, 불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불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보이지 않는 공기가 있다면 불은 보이는 당연함으로 치부한 경향이 있다. 편리하게 켜고 끌 수 있는 도구, 혹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의 부산물, 수백만년 진화해 온 인간의 당연한 전리품? 쯤으로 여겨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불은 에너지이자, 문화이며, 삶 그 자체다. 과거 인류가 불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불을 피우는 행위가 얼마나 신성하고 중요한 의식이었는지 상기해 봐야 한다.

 

 바비큐는 이 의식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행위 중 하나다. 바비큐는 단순히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불 앞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문화적 장치고 교감적 행위인 것이다. 이것은 인문학적인 통찰과 연결되는 것이다. 

 

 불은 그저 뜨거운 에너지가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고, 기억을 공유하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미래에 밀화시장이 형성될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공동체의 기억과 유대감이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기전에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불의 신성함과 인류 문화에서 불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불 사용’을 위한 문화적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불을 쓰지 말라”가 아니라, “불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들어, 바비큐를 할 때도 무분별한 땔감 사용이나 과도한 연기 배출을 지양하고, 친환경적인 연료를 탐구하며, 최소한의 불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저온 장시간 간접구이 연구는 바로 이런 지속 가능한 불 사용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본다. 직접 불을 사용하되,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법론. 이것이 우리가 불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둘째, 기술은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 태양열이나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 기술은 분명 미래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감동’과 ‘풍미’까지 담아내지 못한다면, 인류의 본능적인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단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문화적, 감각적 욕구까지 이해하고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열 그릴이 단순히 고기를 익히는 것을 넘어, 불이 주는 ‘스모키함’이나 ‘마이야르 반응’의 깊은 풍미를 재현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진보를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건 단순히 화학적 성분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선다. 특정 온도에서 특정 물질이 연소하며 내는 연기, 그 연기가 고기에 스며드는 복합적인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향미 화합물들(과이아콜, 시링골 등). 이런 요소들을 대체 기술이 얼마나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기술의 역할은 대체가 아닐 수도 있다. 불 사용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불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연소과정을 최적화하여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그릴 개발, 태양열로 예열하고 마지막에만 최소한의 직접 불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혹은 직접 불 사용으로 발생한 연기와 열을 재활용하는 기술 등. 기교가 불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불과 공존하며 그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평소 태양열 응집 기술과 그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기술을 통해 불의 '낭만'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인류의 불, 인류의 미래

 

 결론적으로, 미래의 밀화시장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후변화를 막기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 이상의 문제인 셈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문화를 향유하면서, 어떤 감동을 느끼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인류의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로서 바비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식을 가진 연구는,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큰 영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저온 장시간 간접구이라는 대안적 조리법이 산업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바비큐 문화적 함의를 지닌다는 것은, 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의 사용을 재고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시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첨단 문명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원시적인 기술에서부터 얻어온 ‘인류다움’을 어떻게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인 것이다. 

 

 직접 불이 주는 감동과 풍미를 지켜내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간성을 지켜내는 행위와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밀화시장이 미식 본능의 일탈을 넘어 인간성마저 잃게 만드는 비극적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 불을 지켜야 한다. 현명하고, 책임감 있게.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

Shaka (차영기, 경기도 화성시, 샤카스바비큐)

프로바비큐어

바비큐 프로모터 겸 퍼포머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회장

바비큐 작가

Korea Barbecue University

Korea Barbecue Research & Institute

이메일 araliocha@gmail.com(010-2499-9245)

 

작성 2025.11.03 12:37 수정 2025.11.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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