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라테] 14. 감정 제어의 예술… ‘이지누데지라 테히키, 테이누데지라 이지히키’가 가르치는 무도인의 길

무술을 넘어 인격 완성으로 이어지는 가라테 정신

내면의 의지와 외적 행동을 동시에 다스리는 수련

혈기보다 절제, 평화주의 철학을 드러내는 금언

사진=AI 생성 이미지

 

 

오키나와 전통 가라테에는 감정 제어와 평화 정신을 집약한 금언이 전해진다. “이지누데지라 테히키, 테이누데지라 이지히키(意地ぬ出じらー手引き、手ぃぬ出じらー意地引き)”, 곧 “의지가 나오면 손을 거두고, 손이 나오면 의지를 거두라”는 말이다. 이 가르침은 무도인이 마땅히 갖춰야 할 내적 절제와 외적 겸양의 자세를 상징하며, 가라테가 단순한 격투술을 넘어 평생 인격 도야를 추구하는 무도임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의지가 나오면 손을 거두라”는 분노나 충동이 치밀 때,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스스로를 멈추라는 뜻이다. 이는 가라테의 핵심 철학인 “가라테에 선제공격 없다(空手に先手なし)”와 직결된다. 모든 품새(型)가 공격이 아닌 막기 기술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도인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평생 단련한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미야기 쵸준(宮城長順)은 “사람을 때리지 않고, 사람에게 맞지 않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으며, 이는 감정 제어와 평화주의 정신을 강조한 대표적 사례다. 결국 참된 무도인은 신체적 힘뿐 아니라, 내면의 ‘의지’를 극복하는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두 번째  “손이 나오면 의지를 거두라”는, 일단 행동이 발현되었을 때는 그 행동을 유발한 내적 성질을 즉각 가라앉혀야 함을 뜻한다. 기술보다 마음가짐, 곧 심술(心術)이 중요하다는 철학이다.

 

후나코시 기친(船越義珍)은 무도인은 겸양의 마음과 온화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힘은 허세가 아니라 내적 절제에서 나온다고 설파했다. 이는 유교의 가르침인 “위엄이 있으되 사납지 않다(威ありて猛からず)”와 맞닿아 있다. 무도인은 위엄을 품되, 사납게 드러내지 않고, 도발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도발하거나 모욕할 때도 냉정을 유지하고 심지어 머리를 숙일 수 있는 평정심(平常心)을 갖춰야 한다. 금언이 지시하는 무도인의 자세는, 싸움을 회피하고 겸손을 보이며, 내적 강인함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길이다. 진정한 힘은 내면의 절제와 규율에서 나온다고 했다.

 

마츠무라 소콘(松村宗昆)의 유훈에 따르면, 무도의 무예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려 적의 혼란을 기다리고, 자신의 고요함(静)을 가지고 적의 소란(譁)을 기다려 적의 마음을 빼앗아 승리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마음을 평정하게 유지하고, 상대방의 감정적 혼란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금언을 통해 수련자는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에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라”는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도록 훈련받는다.

 

‘이기누데지라 테이히키, 테이누데지라 이지히키’는 단순히 싸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충동을 제어하고, 내적 평정과 외적 겸양을 실천하도록 가르친다. 이는 오키나와 전통 가라테가 단순한 격투술이 아니라, 평생을 걸쳐 인격 완성과 평화 추구를 위한 무도임을 증명한다.

 

오키나와 가라테의 금언은 기술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가치를 강조한다. 감정 제어와 자기 극복을 통해 인격을 완성하는 길, 그것이 바로 가라테가 지향하는 무도의 본질이다.

 

작성 2025.09.22 08:41 수정 2025.09.22 08:5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오키나와포스트 / 등록기자: 임영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KOEIA 중소기업 뉴스 포커스 | 영인에스티 AI-MRV 탄소중립 플랫..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라오스로 떠나는 청년들, 아동 복지 패러다임 바꾼다
포항 상권 살리는 한동대 AI 창업 지원 사업 가동
AI 보안 패러다임 바꾼다, 에이아이딥 차세대 솔루션 공개
AI로 불법 현수막 꼼짝 마! 지자체 CCTV와 차량이 실시간 자동 추적..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미용실, 무신고 유사 의료행위 심각… 포상금 최대 2..
대한민국을 함께 바꿀 기업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겠습니까 #CCBS #공..
비오는 지금. 주님의 약속을 기다려봅니다. #찬양 #사랑 #예수님 #..
6근(눈귀코혀몸뜻)×6경(색성향미촉법)×3세(과거현재미래), 태양직경은 ..
#이용사자격증 #인천부평이용학원 한번에 합격했어..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유튜브 NEWS 더보기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