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용의 인사노무이야기] 자영업자는 죽어나고, 알바는 구직난…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노동계 11,460원 vs 경영계 10,070원 — 천삼백 원의 벽은 왜 이렇게 두꺼운가?

'삶을 위한 임금'과 '버틸 수 있는 비용' 사이, 사회적 타협은 가능한가

격화되는 고용 전선, 사라지는 알바 자리와 몰리는 무인기계

[사진 출처: 최저임금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2026년 7월, 최저임금 심의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노동계는 시급 11,460원을, 경영계는 10,070원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그 격차 1,39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긴장을 상징하는 수치가 되었다.

 

이 금액에 따라 수백만 명의 삶이 달라진다. 일부 노동자에게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절박한 문제이고, 일부 자영업자에게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폐업을 고려해야 할 현실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1,390원을 두고 분열 상태에 있다. 이 숫자는 단지 임금의 차이를 넘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시급’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연대의 표현이자, 경제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노동시장에 대한 가치판단이 녹아 있는 지표다.

 

현재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이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을 반영해 이를 11,46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고용 유지의 어려움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이유로 10,070원을 제안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용 vs 생계’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산성 없는 임금 인상 요구’‘임금 억제에 기대는 기업 구조’ 간의 충돌이다. 실제로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OECD 상위권에 이르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평균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고용은 줄어드는 비극적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감소와 생활고를 호소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곧 생존권 보장이라고 말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소득 체감이 없는 고용 유지가 무슨 의미냐”며,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부채와 물가, 주거비 상승에 맞설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고정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고용 유지를 위해선 임금 인상이 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직원 대신 가족이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이미 현장에서는 무급 가족노동으로 버티는 현실을 전한다.

 

청년층의 목소리도 심각하다. 서울의 한 대학생은 “시급이 1,200원 오르는 게 무슨 의미냐. 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못 구하고 있다”며, 수요 자체가 사라진 현실을 지적한다.

 

결국, 최저임금 논쟁은 매년 중간값에서 절충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왔다. 올해 역시 “10,770원 선에서 타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중간값이 반드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임금 하락은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2026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하위 20% 계층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세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팬데믹 이전보다 2.7%포인트 하락했고, 폐업률은 2023년 17.6%, 2024년 18.9%, 2025년 20.4%로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실업률은 6.1%로 낮아졌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구직을 포기한 상태로 실질적인 고용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적정 임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불 가능한 구조’가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초 없이 건물을 증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구나 “1,390원 더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1,390원이 누군가에겐 가게를 접느냐 마느냐의 기준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 불모의 전쟁이라는 점이다. 임금만을 놓고 다투며 구조는 외면한 채,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니라, '고용구조개편위원회'가 필요하다. 고용 보조금,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임금보조형 복지 확대, 중소기업 인건비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구조적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갈등의 숫자 놀음”은 매년 되풀이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결국 우리의 ‘미래’가 떠안게 될 것이다.

 

 

 

 

 

 

 

작성 2025.07.10 22:09 수정 2025.07.1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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